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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기능 넘어 이혼 상처 갈등 해소 역량 강화"

이혼을 안하면 참 좋겠지만 무조건 막는 게 능사가 아닙니다. 갈등을 줄여서 '건강하게' 이혼할 수 있다면 오히려 사회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지난 19일 서울 양재동 서울가정법원 청사에서 만난 여상훈(59·사법연수원 13기) 원장은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더 잘못했는지 따지기만 하는 것에서 벗어나 당사자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사회 갈등을 봉합하는 역할을 가정법원이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가정법원은 최근 3년 사이 양육비 기준을 재정비하고 이혼해서 아이와 함께 살지 않는 당사자(비양육친)를 위한 면접교섭센터를 준공하는 등 '이혼 갈등을 줄이고 미성년 자녀들을 보호하는' 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법원이 이처럼 이혼 여부 자체보다 그 사후 관리에 집중하면서, 법조계에서는 앞으로 법원이 '파탄주의'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파탄주의란 혼인이 파탄난 상태라면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견해이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결혼과 성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달라졌다"며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파탄주의 채택 견해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여 원장은 "결혼과 성에 관한 국민의 의식 변화에 따라 간통죄 위헌 결정이 나온 것처럼 이혼 결정 기준도 국민의 법 감정, 사회적 여건 변화를 고려해 논의해야 하는데, 파탄주의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장치는 충분한 상태"라고 밝혔다. 향후 사회적 여건을 고려해 법원이 마련한 보완 제도를 바탕으로 파탄주의를 채택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기존의 유책주의, 즉 잘못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견해는 '축출되는 배우자의 이혼 후 생활 보장과 자녀의 양육권이 보장되고 있지 않는 현실에서 가혹한 희생자 발생을 막자'는 취지로 구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이혼 재산분할청구제도 등 배우자의 생활보장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고 양육에도 부모의 의사가 존중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어느정도 마련됐다"고 말했다.

양육비 기준 정비·면접교섭센터 설립 등 사후관리 개선
이혼 '파탄주의' 채택 되더라도 문제점 보완 장치 충분
근래 각종 법률서비스 사업 확대…옥석 가려 안착 노력
상대방 비난 자제 '괙관식 소장' 성과 좋아 확대 검토  

법원이 이혼 후 사후 관리에 집중하게 된 것은 예전과 달리 이혼하는 가정이 흔해진 세태도 이유가 됐다. 덕분에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법률서비스는 더 다양해졌지만 단순히 이혼 여부 판단을 내릴 때보다 일감은 더 늘었다. 지난해 가사소송 신모델 신설과 상담기능의 강화, 성년후견 관련 업무 확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시행 등 실제로 업무가 크게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대법원도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그동안 지방부장급이 맡던 수석부장판사 자리에 고등부장판사인 민유숙(50·사법연수원 18기) 판사를 보임했고, 과거 2005부터 5년간 가정법원에 근무해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는 정승원(51·20기) 부장판사를 다시 복귀시켰다. 가사전문조사관도 4명 더 충원했다. 하지만 여전히 인적·물적 지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신임 원장으로선 최근 몇 년 간 새로 시행한 사업의 진행상황을 따라잡는 것도 만만치 않다. 여 원장은 "올해는 그간 시행한 사업을 검토하고 안착시키는 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최근 개발해 시행하는 제도 중 실질적으로 그 기능을 완벽히 발휘하지 못하는 제도는 전면 재검토할 예정이다.

그는 "설비는 구축을 해 놨는데 실제로 이용률은 떨어지는 사업들이 있어서 진행 사업이 원래 취지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전반적으로 사업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혼소송 객관식 소장' 등 당사자들로부터 반응이 좋은 제도는 면접교섭이나 양육비 청구소송에도 확대 적용을 고려하고 있다. '이혼소송 객관식 소장'은 당사자가 체크리스트 객관식 유형으로 소장을 작성할 수 있도록 개선한 것이다. 기존에 주관식 서술형으로 작성하던 소장은 상대방에 대한 비난 위주로 작성되기 쉬웠다. 그 때문에 이혼 소송 과정에서 서로 사이가 더 나빠지는 원인이 됐다. 서울가정법원은 사업을 시행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제기된 이혼소송 사건 3737건 중 21.1%인 790건이 새로운 객관식 양식으로 접수됐다고 밝혔다. 여 원장은 "객관식 소장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기 때문에 소송이 아닌 조기조정으로 사건을 마칠 가능성이 높아져서 당사자들이 일상에 빠르게 복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주관식보다 간단해 비법률가도 쉽게 소장을 작성할 수 있고 이는 소송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실무상 객관식 소장을 다루기 곤란하다"며 난색을 표하는 경우도 많아 협의가 더 필요하다는 점은 과제로 남아 있다. 지난해 실시한 협의이혼 의무상담제도는 당사자들 사이에서 호응이 좋다. 여 원장은 "일단 상담을 받고 나면 이혼하더라도 덜 아프게 충격을 줄일 수 있으니까 당사자들이 적극 활용하길 바란다"고 권유했다. 성과가 좋은 사업은 전국 가정법원장 회의 등을 통해 전국에 공유할 예정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가사사건에 조기개입해 '당사자들이 입는 충격과 상처'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증거 조사와 수집절차를 개선해 사실심 심리제도도 충실히 할 예정이다. 여 원장은 "당사자들에게 고통스러운 분쟁 자체는 신속하게 마무리하게 하고 재산분할 방법이나 미성년 자년 양육 등 합의에 관한 문제를 논의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를 끝내며 신임 가정법원장으로서의 굳은 다짐을 밝혔다. "사회의 기초단위인 가정이 해체되면 소년범이 증가하고, 성인범 증가로 이어져 가족 해체가 가속화합니다. 법원이 당사자의 잘잘못 판단에만 치중하면 악순환을 끊기가 어렵지요. 가정법원의 후견·복지 기능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입니다. 서울가정법원이 반세기의 역사를 넘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에 법원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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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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